그림에 나타나는 상징 읽기
그림을 통한 상징 언어는 회화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선의 율동, 형태, 공간, 색채로 표현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술 치료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상징으로는 선 상징, 형태 상징, 공간 상징, 색체 상징 등을 들 수 있다.
이 상징들이 그림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면 그린 사람의 심리 상태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선을 주로 썼는지, 어떤 색깔을 즐겨 쓰고, 얼마나 많은 색깔을 사용했는지, 전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를 이루는지, 공간은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 그린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술 치료에서 나타나는 그림의 다양한 요소들을 일반적인 상징성에 맞춰 융통성 없이 일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치료에 아주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상황과 의도에 따라 같은 상징이라도 다른 의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려면 먼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들이 표현한 상징들의 의미를 파악하거나 재인식하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
공간이란 인간이 존재하고 있는 세계를 인식하는 근거이며, 우주에 관한 신비를 탐구하는 기본적인 틀이다.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우주의 질서를 이해하였다. 인간이 존재하는 공간은 하늘과 땅으로 이뤄졌으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난 것으로 받아들였다. 기본 공간은 오방, 즉, 동서남북과 중앙이었다.
풀버, 십자축에 의한 공간 상징
공간의 왼쪽은 자신의 과거와 관계된 민감한 영역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반대로 오른쪽은 타인과 미래나 목표에 관계된 민감한 영역으로 보았다. 공간의 위쪽은 초개인적인 의식화, 지적 형태와 형상을 의미하며, 중앙은 개인적인 일상의 의식 상태와 자아 경험 영역을, 그리고 아래쪽은 물질적, 육체적, 육감적, 성적 내용과 무의식에서 나온 집단적 상징으로 보았다.
바흐, 공간 도식과 상징
1. ++ : 현재 지금의 상태를 암시
2. -- : ++ 방향과 반대되는 -- 쪽에 있는 대상이나 길, 혹은 이쪽으로 향하는 길은 어둡고, 알려지지 않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길, 즉 악화되는 경향과 관계가 있다.
3. -+ : 오른쪽 중앙을 지나 왼쪽 위로 향하는, 즉 서쪽으로 향하거나 그쪽에서 그림이 그려질 때, 환자의 병이 점차로 삶과 결별하는 것을 암시한다. 삶에서 물러나며 신비하고 영원한 것에 대한 내적 추구를 의미한다.
4. +- : 오른쪽 아래에 있는 +- 그림은 미래의 가능성을 나타내거나 아직 혹은 이미 치료한 영역에 있는 과거의 신체적 상태이거나 심리적으로 의식화에 다가가는 것을 나타낸다.
5. 중심 또는 중심 근처가 비어 있거나 채워지지 않은 그림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헬, 공간 도식과 상징
1. 중앙 : 정상적이고 안정된 사람, 정중앙에 위치할 경우에는 불안, 인간관계에서의 완고함을 의미
2. 왼쪽 : 자의식이 강하고 내향적, 과거로의 퇴행, 공상적 경향, 여성적 경향
3. 오른쪽 : 미래지향적, 과도한 남성적 특징 및 남성에 대한 동일시
4. 지면 위쪽 : 높은 수준의 열망,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함. 부적합한 낙천주의 및 공상에서의 만족
5. 지면 아래쪽 : 불안전감, 위화감, 우울감, 부적합한 감정, 패배감 또는 반대로 안정되고 침착한 경우도 있음
6. 아래쪽 가장자리 : 불안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지지에 대한 욕구가 큰 경우, 의존경향, 독립된 행동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회피나 공상에 몰두, 우울경향 (선이 약한 경우)
7. 왼쪽 귀퉁이 : 강한 불안, 새로운 일에 대한 회피, 퇴행
8. 지면 전체에 위치 : 조증일 경우 (산만하게 그린 경우)
9. 지면 하단에서 절단된 경우 : 성격통합에 있어서 병적인 저지 자주성에 대한 환경의 방해, 비행청소년일 경우, 나무 그림이 많으며, 현실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공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경우
그 밖에 공간에 대한 의미
일반적인 공간 사용의 의미를 보면, 건강한 사람일수록 공간을 많이 사용한다. 공간을 70% 이상 사용한 사람들이 30% 이하로 사용한 사람들보다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고 한다. 우울하거나 진단 및 치료 동기가 매우 낮은 사람들은 공간을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하며, 미술 치료 자체를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사람들도 같은 행동을 보인다.
반면 도화지를 100% 이상 쓰는 사람들은 공간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으로 본다. 조증 삽화(Manic Episode)를 겪는 환자들이나 충동 통제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이런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환자들은 과잉 활동적이고 주의집중에 문제가 있으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쉽게 감정이 폭발하기도 하고 급작스럽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공간을 70% 정도 사용했을 때는 종이에 그려진 대상의 위치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항상 같은 위치에만 그림을 그린다면 경직성이나 자기중심성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문제 해결 방식이 경직되어 있고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있으며, 의심이 많거나 회피적이고 변화에 둔감할 수 있다. 반면 아동의 경우에는 자기중심적 경향성이나 고착, 특정 도식의 연습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는 아동의 발달 단계에서 흔히 보이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도화지의 중앙에 그림을 그리는 행동은 가장 평범한 것으로 정상인에게서 자주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나타난다. 화면의 아래쪽에만 그리는 경우는 우울한 경향과 관련이 있다. 또 화면의 위쪽에만 그리는 것은 기분이 들떠 있거나, 아니면 침체되어 있다는 사실을 과도하게 숨기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생각이 불안정하거나 목표를 높게 잡고 있는 경우에도 위쪽에 그림을 그린다.
도화지의 한쪽 구석에만 그려진 그림은 대개 비관, 우울, 자기 비하나 우유부단을 의미한다. 의기소침하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이런 그림을 그린다. 가장자리만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주 불안해하거나 의족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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